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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KERS | TXTR, CH 8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의자로 탄생하다.
브랜드 텍스처(TXTR)의 출발점은 핀란드였습니다. 핀란드에 위치한 알토대학교 재학 시절, 기영석 디렉터가 매일 마주한 것은 거대한 건축 도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캠퍼스 공간을 온전히 채우고 있던,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아르텍(Artek)의 가구들이었죠.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가구가 공간과 인간에게 선사하는 정서적 이완을 체감한 그는, 자연스럽게 건축에서 '가구'라는 또 다른 조형의 세계로 시선을 넓히게 됩니다.
학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성수동 서울숲 근처에 직접 만든 가구들로 채운 '텍스처 성수'라는 작은 쇼룸 겸 카페를 열었습니다.
기영석 디렉터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그곳은 감각적인 스폿으로 입소문이 나며 순식간에 성수 일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찾았던 이 공간은 점차 가구 그 자체를 경험하고 보러 오는 이들의 발길로 이어졌고, 가구를 보여주기 위한 작은 시도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감하며 비로소 지금의 브랜드 '텍스처'로 깊게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가구라는 작은 건축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명상적 조형 언어. 경쾌하게 가로지르는 지붕의 선과 몸을 유려하게 감싸 안는 쉘(Shell). 텍스처의 가구들은 단순한 집기를 넘어 하나의 완성된 건축적 스케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디자인을 풀어내는 과정을 '하나의 건축적 여정(Sequence)'이라 정의하는 브랜드 TXTR. 핀란드 알토대 시절의 기억부터 일본 도쿄에서 만난 안도 타다오의 건축, 그리고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이 남긴 깊은 울림까지. TXTR 기영석 디렉터가 전하는 가구와 건축, 그리고 CH 8 체어에 관한 조형적 탐구의 기록을 시작합니다.
M(Movement Lab 이하 M). 텍스처의 시작이 흥미롭습니다. 성수동 '핫플' 까페의 타이틀을 먼저 얻었습니다.
K(Ki Yeong Suk 이하 K). 맞습니다. '텍스처 성수'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온전히 카페만을 목적으로 시작했다기보다는, 저희가 만든 가구를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룸'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창업 초기 현실적인 자본의 문제도 있었기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카페라는 매개체로 사업의 문을 연 것이죠. 감사하게도 운이 좋게 입소문을 타면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게 되었고, 처음에는 단순히 커피를 즐기러 오셨던 분들이 점차 공간을 채운 가구 자체에 관심을 갖고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로 이어졌습니다.

M. 그 공간에서 선보이게 된 텍스처의 의자와 테이블도 궁금합니다.
K.지금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CH 1 체어와 LCH 1 라운지 체어, 그리고 커피 테이블 CT 1과 CT 2, 스툴 ST 1으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실제로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매일 사용하는 가구였기에, 심미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상업 공간에서의 실제적인 쓰임과 내구성까지 밀접하게 고려해 기획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지금 텍스처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꼽히는 얇고 매끈한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은 브랜드의 첫 시작이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M. 텍스처(TXTR)의 디자인은 어디서 영향을 받으셨을까요?
K. 텍스처는 미스 반데어 로에, 르코르뷔지에, 알바 알토와 같은 근대 거장들의 건축적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건축 석사를 이수하던 시절, 캠퍼스 안팎을 채우고 있던 오랜 아르텍(Artek) 가구들을 일상에서 깊이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흡수한 가구들이 공간과 인간에게 주는 정서적 이완을 체감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가구 디자인과 ‘텍스처’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 'CT 3', ‘CH 8’, ‘DT 9’ 등 TXTR의 제품명이 이름 대신 '숫자'로 표기되는 점도 독특합니다.
K. 저희에게 모델명 속 숫자는 단순한 순번이 아닙니다. 구조와 형태를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는 디자인 과정을 하나의 '건축적 여정'이자 '시퀀스(Sequence)'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탄생한 조형적 기호에 가깝습니다.

M. 최근 TXTR의 대표 컬렉션이라고 하면 단연 CH 8 입니다. CH 8 체어는 어떠한 영감에서 시작되었나요?
K. CH 8은 도쿄를 처음 여행했을 때 방문했던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21_21 DESIGN SIGHT’에서 출발했습니다. 건물 외관에서 시선을 사로잡던 플랫한 지붕의 조형성, 그리고 지하로 이어지는 엔터런스의 가늘고 긴 핸드레일이 주는 명쾌한 선 요소가 디자인의 결정적 힌트가 되었습니다.
M.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서도 큰 영향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추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의 작업이 어떻게 의자의 형태로 구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K. 도쿄에서 접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Untitled 1950>이 준 충격이 컸습니다. 캔버스 위 평면의 분할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비례감, 그리고 색면 너머로 느껴지는 아득한 깊이감을 상상했죠. ‘이 평면적 비례와 숭고한 깊이감을 3차원의 입체 공간으로 가져오면 어떤 형태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CH 8 체어입니다.

lower back is vertical for proportion
Sketch Views
- front view
- side view
- top view

M. 그 건축적·예술적 영감을 실제 가구의 소재와 구조로는 어떻게 구현해 내셨나요?
K.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의 플랫한 지붕은 성형합판(Plywood) 기술로 표현했습니다. 목재 베니어 박판을 여러 겹 압착해 찍어내는 방식으로, 슬림한 형태감을 유지하면서도 우수한 강성과 탄성을 지닌 쉘을 완성했죠. 또한 건축물 내부의 섬세한 핸드레일은 얇은 금속 프레임으로 가다듬었습니다. 유려한 곡면 쉘이 몸을 편안히 감싸고, 그 쉘을 시각적으로 가벼운 프레임이 다시 한번 받쳐주며 CH 8만의 독보적인 실루엣이 탄생했습니다.




M. CH 8 체어가 사용자의 공간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길 바라시나요?
K.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에서 출발한 만큼, 공간 한구석에 단독으로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조형적 존재감을 발하는 ‘오브제’가 되어줍니다. 동시에 인체공학적 편안함을 철저히 계산했기에 다이닝 테이블과 매치하는 실용적인 체어로도 손색이 없죠. 공간을 누리는 사용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오브제와 가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